분류 전체보기
-
연필의 시대사쿠라여 2015. 11. 19. 20:02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해운대를 돌아다니는데 무슨 연필을 그렇게 기념품으로 나눠주던지보기엔 예뻤는데 요즘 쓸 일이 있겠나 싶어 창고처럼 쓰고 있는 서랍에 넣어 두었다.연필깎이도 없었으니 굳이 칼로 깎아가며 쓰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 언젠부터인지 내 연필꽂이에는 깎여진 채로 출처모를 곳에서 받았던 연필이 한 자루가 있었다.아날로그적인 연필이 디자인까지 이뻐 방치해 둔 것이지 필기용은 아니었다.하지만 나는 그 연필로 몇 번의 끼적임 후 지금은 연필깎이까지 사놓고 연필성애자가 됐다. 싸다, 가볍다, 사각거리는 필기감이 좋다 이런 이유들로 책상에서 자잘한 메모가 생활화 되어 있거나 낙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면 볼펜보다는 연필을 강하게 추천한다.나는 그간 낙서할 때도 잉크가 줄줄 새는 1200원짜리 미쓰비시펜을..
-
실물이 조폭인 개사쿠라여 2015. 10. 26. 15:49
남자라면 대개 압도적 강함을 동경하죠.하지만 그것이 유치한 감정싸움으로 흐르기 쉽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런 감정을 어른스럽게 잘 처리하지만 그렇다고 의식 아래서 늘 흐르는 강함에 대한 추구까지 통제되진 않는습니다.여자들은 때로 그것을 뭉뚱그려 객기라 부르더라구요 .확마 이것은 한 압도적 개에 대한 이야기 제롬 르 밴너와 사랑스런 애견이 이웃에게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대형견에 환장했는데그 중에도 가장 좋았던 대형견은 이렇게 미학적으로 매력적인 개들을 좋아했습니다. 내가 아빠가 됐을때의 상상으로 구형 무쏘의 뒷좌석에는 가족들,가림막없이 연결된 트렁크에는 왠지 희고 예쁜 사모예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넘기더니 말라깽이같던 이소룡이 그렇게 멋져보이질 않나,신경쇠약에 시달리는 ..
-
한 여름밤의 판타지아-여행지에서의 멜로사쿠라여 2015. 7. 8. 01:15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인지 나는 영화를 볼 때 꼭 시놉시스를 확인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인물의 이름, 생김새, 줄거리 등을 머릿속으로 끼워맞추고 그림을 그리느라감독이 의도한 바들을 놓치곤 해서다.시놉시스를 통해 대강의 줄거리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를 예습해두어야 맘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그러지 못했다기보다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름시골에서의 멜로라는 정도만 알고 스크린 앞에 앉았는데두 개의 이야기는 이야기 속 이야기 같기도, 각각이 다른 장르 같기도 해서 영화의 말미에 가서야 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영화의 제작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식의 이야기,두 번째 이야기는 여행객과 시골청년의 로..
-
이 선수는 미쳤다...사쿠라여 2015. 4. 18. 15:27
테이블세터와 거포와의 극단적 가상선택. 삼성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이대형'이었고 네티즌들의 선택은 테임즈였다. '이대형'들은 파워가 아쉽고 '이대호'들는 스피드가 아쉽다 세상사 다 이런 것 아니겠나, 하나를 가지면 반대되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그런데 NC다이노스 2년차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그딴거 모르는 것 같다. 4월 20일자 무시무시한 그의 성적 키도 크고, 농구도 잘해요 타율은 정교함을, 홈런은 힘을, 도루와 득점은 주루센스와 스피드를 나타낸다. 테임즈는 타율, 홈런, 주루센스 모조리 뛰어나다. '이대형'인가 '이대호'인가의 질문이 무색하게 테임즈는 상반된 스탯에서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런 기형적 능력치는 슬램덩크에서 산왕공고의 떡판고릴라 신현철같다. 가장 눈여겨 볼 것은 ops다...
-
남자의 첫사랑사쿠라여 2015. 4. 1. 15:32
태어나 세 번만 울어야하는 남자를 그 자리에서 울려버린다는 전설의 웹툰이다. 얼마 전 TV를 보던 중 옆에 있던 누나에게 '남자는 첫사랑이라는 기념비적 타이틀을 처음 한 사랑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가장 극렬한 사랑에게 주기도 한다, 첫사랑은 선착순처럼 시시한게 아니다, 그래서 남자의 가슴에 옛 첫사랑이 있다는 것은 현재 사랑이 옛사랑의 아성에 못미친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라고 했다가 갑자기 진노한 누나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 첫사랑을 숨긴 채 사는 남자들에게 제대로 빡쳤나보다. 내가 포장을 이쁘게 했지만 사실 남자는 있을 때 소중한 줄 모르고 버스 떠나고 뒷북치는 병신같은 존재라서 그렇다. 옛 남자가 아무리 멋져도 쿨하게 싹 잊고 현재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여자들에게 '잔인하다'라고 하지만 잔인함으로 ..
-
당신의 취미는 무엇?사쿠라여 2015. 3. 20. 21:06
나의 취미는 책수집이다 책읽기가 아닌 책수집이 나의 취미임을 발견한 것은 다 법정스님 때문이다.법정스님이 돌아가시고 서점에는 때아닌 호황이 유행처럼 불었다.스님과 조금만 엮인 책이면 패키지로 묶어 마케팅을 펼쳤고스님의 책은 모두 가지고 싶었던 나는 혹시 재고가 떨어질까 새하얀 표지의 '일기일회'를 훑어보지도않고 서둘러 집어들었다.그리고 집에 와서 책꽂이에 꽂으려 할 때야 며칠 전 똑같은 마음으로 집어들었던 '일기일회'를 발견하였다. 나는 허세만 그득했던 것이다 책을 사고나면 벌써 내 지식이 된 것같은 특유의 만족감이 있다.현실은 패션고자지만 신상 블레이져가 몇 벌 걸린 옷장을 보면 마음은 이미 패션피플이 되는 것처럼 꽉 찬 책장에선 내가 지식인이라도 된 양 자뻑이 감돈다.사서 책꽂이로 직행하여 읽지 않은..
-
한국힙합의 절대왕국도 옛시절~사쿠라여 2014. 12. 13. 19:28
"무브먼트는 이 문화를 넓혀가자는 상징적 이름일 뿐, 기획사나 크루 개념이 아니었습니다.모두가 무브먼트의 리더입니다.만약 무브먼트가 크루라면 전 탈퇴합니다" 드렁큰타이거 3집이 나왔을 때 한 힙합플레야의 한 리뷰에서 "타이거 JK와 미키아이즈 콤비를 랩으로 이길 수 없는 팀은 없을 듯 하다"라고 누군가 말했던 적이 있었다.어느 분야든 탑 수준의 대결에서는 실력의 차이는 따지기 힘드니 개인의 호불호로 선택이 갈린다.하지만 저 문장에서 '상당히 그러하다'라고 느꼈던 것은 JK의 랩스킬은 화가 단단히 나있었고미키 또한 랩의 스피드에서 독보적인데다 실력 또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타이틀 곡이었던 good life가 인기가요에서 클릭비를 제치고 힙합 사상 최초로 공중파에서 1위를 먹었었다.이런 일은 그 전에..
-
잘 가, 막시무스사쿠라여 2014. 11. 5. 20:06
우리 가족은 여섯이다.나에게 가족이란 사람을 너머 강아지 힌둥이와 작은 통안에 기르는 소라게 막시무스까지 포함된다.개와 소라게의 수명, 그리고 남겨진 자의 절망을 합산한 결과, 나는 이들 중 가장 오래 살아남아야 할 의무와 책임을 발견했다.그리고 떠난 이의 장례를 정성껏 치를 생각이다. 물론 머나먼, 또는 반드시 머나먼 이야기어야 하겠지만. 가장 막내인 소라게 막시무스는 3년전 쯤, 비오는 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걷던 중 만났다.작은 회색 돌멩이가 어디론가 바쁘게 바닥을 기고 있었다.번거롭기도 하고 소라게는 키워본 적이 없기에 대충 안전한 자리로 옮겨두고50m쯤 걷는데 기분이 영 마뜩지 않았다.발길을 돌려 놀라지 않도록 주먹으로 감싸 주방에 노는 그릇 하나에 던져두어 며칠을 방치함으로나는 죄책감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