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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수 좋은 날 - 임권택 「화장」 GV관람
    부산찬가 2014. 10. 6. 21:38











    폰화질이 거지같지만 더 거지같은 단통법 때문에 구매는 없다

    왼쪽부터 안성기, 김호정, 임권택





    운수가 좋은 날이었다.

    영화제에서 GV는 언제나 인기가 많고 또 성공적이다. (GV : Guest Visit-감독, 주요 출연진과의 만남,무대인사) 

    영화에 대한 감독과 배우의 코멘트 하나로 영화의 생산자로 참가한 듯한 감각을 안겨준다.

    나는 정말 운좋게도 몇 해전 동사서독 리덕스 GV를 간 적이 있다.

    그 때의 경쟁률에 식겁을 했던 터라 왠만한 GV는 피해다녔는데 내 티켓이 이렇게 진귀한 것 되어 줄 줄이야.

    이번 「화장」의 GV는 아주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무대인사없이 영화만 보았다면 

    '나의 것'처럼 친근감을 안고 영화장을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관객은 필름이 영사되는 장면만을 볼 수 밖에 없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제작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씬에 대한 고뇌들을 듣고 나면 

    이야기 너머의 의도들까지 투명하게 보인다.





    영화관 입장 전부터 입구가 웅성대길래 가보았더니 임권택감독, 배우 김호정씨, 강수연씨가 계셨다.

    내 표는 GV가 아니었기에 방금 있었던 무대인사가 끝나고 정리하는 줄 알았더니 

    영화상영전 관계자가 갑자기 GV가 잡혔다 하더라.

    아마 일반작 상영으로는 국내에서 첫 상영이라 특별히 신경을 써준게 아닌가 싶다.






    *스포가 포함되어 있어요


    영화는 소설가 김훈의 원작이다.

    아내의 투병을 헌신적으로 돕는 남편은 새로 입사한 여사원에게 마음이 가게 되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 젊음과 생기에 대한 끌림에서 내적갈등을 일으킨다.

    내용은 이게 다다. 담담한 다큐멘터리를 한편 본 느낌이라고 할까. 

    영화는 차가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전개된다.





    여배우의 노출


    김호정이라는 낯선 배우가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서 오르내렸다.

    '음부노출투혼', '알고보니..충격' 따위의 쓰레기 기사 헤드라인 때문이지만 

    영화 내에서는 전혀 에로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거동이 불편한 아내의 수발을 드는 과정에서 두차례 노출씬이 있지만 너무나 사실적으로 느껴져

    '나도 어쩌면...' 하며 감정이입이 될만큼의 씬들이다.

    애초 약속했던 상반신 노출만으로는 임권택 감독이 원한 '그림'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기에 처음의 약속을 번복하고

    김호정 씨에게 '이 사태(임권택 감독의 단어에 따르면)'에 대해 부탁을 했다고.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촬영 도중 '갑'의 말 뒤집기는 아마 유쾌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이상아씨가 세바퀴에 나와 중학시절 노출씬 후 심한 상처를 받았던 것을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털어놓는 것을 보면 여배우로서의 삶과 별개로 한 여자로서의 삶도 중요하지 않겠나.

    김호정씨에게 일말의 불편함이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감독의 연출과 안성기의 연기


    배경은 무채색 가을이고 카메라도 정적이며 연기마저 담담하다.

    안성기씨는 계산된 연기는 하지 않고, 마음가는대로 그대로 감정을 풀어놓았다고 했다.

    연출은 몽환적 분위기와 사실적 분위기를 오가면서 사실적 분위기를 더욱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한다.

    정사씬에서는 남편이 아픈 아내와 관계 중 아내로부터 얼굴을 돌려 여사원의 나체를 상상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다소 환상적인 연출로 남편의 복잡한 심경을 폭발시키듯 찍었으면 어땠을까,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영화 전체의 흐름을 방해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호들갑 떨지 않아도 모든 남성들이 그 심정을 너무나 잘 느꼈으리라.





    나는 영화를 볼 때 몰입도를 체크하기 위한 팁이 있다.

    과연 얼마만에 시간을 체크해보느냐 인데 

    (추격자만이 시계보는 것을 잊고 엔딩 크레딧을 올렸을 뿐, 이후는 없었다)

    개막작 「군중낙원」은 아쉽게도 꽤 자주 시계를 들여다 보았지만 

    「화장」은 정확히 1시간이 지나고 시계를 보고는 후로도 집중력있게 관람했다. 

    이 영화는 블랙코미디도 없다. 웃었던 적이 한 장면도 없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게, 불편한 주제를 불쾌하지 않게 본 것은 이 영화가 지닌 힘이다.





    숏컷의 김호정씨는 너무나 기품있고 예뻤습니다.

    후에 도착한 김규리씨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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