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여
-
자기전에 개소리나 씨부려볼까요사쿠라여 2018. 5. 7. 02:27
최근 직업을 바꿨습니다. 누군가 그랬습니다. 장인이 되서 한 구멍만 파지말고 다채로운 지구에서 여러가지 세계를 경험해 보라고. 그렇지, 그렇지, 그렇게 살아야지, 라고 했던 것은 직전의 직업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자 하는 동기가 뻔뻔하게 숨어 있었음을 스스로에게 숨기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의 준비로 남포동에 갔습니다. 갔다가 날씨가 좋아 중앙동까지 스쿠터로 이동했습니다. 해운대와 센텀이 현대적이라면 남포동은 클래식의 멋짐이 서려있습니다. 서면의 밤거리는 익명의 얼굴로 질탕 놀기 좋구요. 중앙동은 예술가의 골목입니다. 점포마다 성숙미와 차분함이 나무향기처럼 뿜어져 나옵니다. 오래된 연인이 있다면 인생에 하루정도는 중앙동에서 게으름을 피우길 추천합니다. 개소리를 씨부리다보니, 일기를 쓰는 것에는 나쁠 이유가..
-
2016 갤럭시A7을 샀습니다사쿠라여 2016. 3. 29. 19:02
저의 첫 스마트폰은 2013년 1월 갤럭시2 LTE였습니다.스마트시대 흐름에 다소 늦은 스마트폰으로의 입성이었고 말그대로 너덜너덜해질 때 까지 사용했습니다.3년 2개월을 썻으니까요. 당시 기기의 선택 기준은 없었습니다.폰개통을 고민하던 내게 접근해온 어떤 동생이 '이거 좋다더라. 아참, 마침 내가 아는 친구가 매장에 있는데 거기 가서 하면 돼' 라고한 것이 이유라면 이유입니다.폰개통이후 그 동생은 주변인으로부터 '재고처리 도와주려고 HD모델을 추천하지 않았다!'는공격에 시달렸지만 저는 크게 만족했습니다.사실상 HD모델을 제외한다면 가장 훌륭한 선택이라는 것이 중론이었고3년이 지난 지금은 '실수로 만든 제품'과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난' 기기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갤럭시2 LTE기 때문입니다. 그립..
-
멜로영화 끝판대장, 동사서독사쿠라여 2016. 2. 18. 17:11
껍질은 무협, 내용물은 뼛속까지 멜로 개봉당시에는 망작과 걸작이라는 극단의 평가를 얻었다.망작이라고 했던 이들의 상당수가 아마 홍콩영화 특유의 무협을 기대했을 것이다.살인청부 중개사라는 주인공의 직업과김용의 대하 역사무협소설을 원작으로 다룬 점이 남성들을 유혹했을 테지만뚜껑 열어보면 유혈 낭자하는 칼부림은 이 갈증을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영화는 전반적으로 과묵한 남자가 은연중에 자신의 속내를 비치듯이 의도를 전달하고 있어화끈한 영화와는 거리가 멀다. 심드렁하고 무뚝뚝한 영화지만 일단 관객을 붙잡아 두는 힘은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쏟아지는 시적인 대사들이다.이것들의 조화가 특유의 동양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러닝타임 내내 영화를 장악한다.거기에 차분하고 처량한 등장인물들은 미묘한 융합을 빚어내고 이런 유기..
-
연필의 시대사쿠라여 2015. 11. 19. 20:02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해운대를 돌아다니는데 무슨 연필을 그렇게 기념품으로 나눠주던지보기엔 예뻤는데 요즘 쓸 일이 있겠나 싶어 창고처럼 쓰고 있는 서랍에 넣어 두었다.연필깎이도 없었으니 굳이 칼로 깎아가며 쓰고 싶지도 않았다. 한편, 언젠부터인지 내 연필꽂이에는 깎여진 채로 출처모를 곳에서 받았던 연필이 한 자루가 있었다.아날로그적인 연필이 디자인까지 이뻐 방치해 둔 것이지 필기용은 아니었다.하지만 나는 그 연필로 몇 번의 끼적임 후 지금은 연필깎이까지 사놓고 연필성애자가 됐다. 싸다, 가볍다, 사각거리는 필기감이 좋다 이런 이유들로 책상에서 자잘한 메모가 생활화 되어 있거나 낙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면 볼펜보다는 연필을 강하게 추천한다.나는 그간 낙서할 때도 잉크가 줄줄 새는 1200원짜리 미쓰비시펜을..
-
실물이 조폭인 개사쿠라여 2015. 10. 26. 15:49
남자라면 대개 압도적 강함을 동경하죠.하지만 그것이 유치한 감정싸움으로 흐르기 쉽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런 감정을 어른스럽게 잘 처리하지만 그렇다고 의식 아래서 늘 흐르는 강함에 대한 추구까지 통제되진 않는습니다.여자들은 때로 그것을 뭉뚱그려 객기라 부르더라구요 .확마 이것은 한 압도적 개에 대한 이야기 제롬 르 밴너와 사랑스런 애견이 이웃에게 아침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대형견에 환장했는데그 중에도 가장 좋았던 대형견은 이렇게 미학적으로 매력적인 개들을 좋아했습니다. 내가 아빠가 됐을때의 상상으로 구형 무쏘의 뒷좌석에는 가족들,가림막없이 연결된 트렁크에는 왠지 희고 예쁜 사모예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 넘기더니 말라깽이같던 이소룡이 그렇게 멋져보이질 않나,신경쇠약에 시달리는 ..
-
한 여름밤의 판타지아-여행지에서의 멜로사쿠라여 2015. 7. 8. 01:15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인지 나는 영화를 볼 때 꼭 시놉시스를 확인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인물의 이름, 생김새, 줄거리 등을 머릿속으로 끼워맞추고 그림을 그리느라감독이 의도한 바들을 놓치곤 해서다.시놉시스를 통해 대강의 줄거리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를 예습해두어야 맘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그러지 못했다기보다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름시골에서의 멜로라는 정도만 알고 스크린 앞에 앉았는데두 개의 이야기는 이야기 속 이야기 같기도, 각각이 다른 장르 같기도 해서 영화의 말미에 가서야 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영화의 제작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식의 이야기,두 번째 이야기는 여행객과 시골청년의 로..
-
이 선수는 미쳤다...사쿠라여 2015. 4. 18. 15:27
테이블세터와 거포와의 극단적 가상선택. 삼성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이대형'이었고 네티즌들의 선택은 테임즈였다. '이대형'들은 파워가 아쉽고 '이대호'들는 스피드가 아쉽다 세상사 다 이런 것 아니겠나, 하나를 가지면 반대되는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그런데 NC다이노스 2년차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그딴거 모르는 것 같다. 4월 20일자 무시무시한 그의 성적 키도 크고, 농구도 잘해요 타율은 정교함을, 홈런은 힘을, 도루와 득점은 주루센스와 스피드를 나타낸다. 테임즈는 타율, 홈런, 주루센스 모조리 뛰어나다. '이대형'인가 '이대호'인가의 질문이 무색하게 테임즈는 상반된 스탯에서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런 기형적 능력치는 슬램덩크에서 산왕공고의 떡판고릴라 신현철같다. 가장 눈여겨 볼 것은 ops다...
-
남자의 첫사랑사쿠라여 2015. 4. 1. 15:32
태어나 세 번만 울어야하는 남자를 그 자리에서 울려버린다는 전설의 웹툰이다. 얼마 전 TV를 보던 중 옆에 있던 누나에게 '남자는 첫사랑이라는 기념비적 타이틀을 처음 한 사랑에게 주는 게 아니라 가장 극렬한 사랑에게 주기도 한다, 첫사랑은 선착순처럼 시시한게 아니다, 그래서 남자의 가슴에 옛 첫사랑이 있다는 것은 현재 사랑이 옛사랑의 아성에 못미친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라고 했다가 갑자기 진노한 누나에게 살해당할 뻔 했다. 첫사랑을 숨긴 채 사는 남자들에게 제대로 빡쳤나보다. 내가 포장을 이쁘게 했지만 사실 남자는 있을 때 소중한 줄 모르고 버스 떠나고 뒷북치는 병신같은 존재라서 그렇다. 옛 남자가 아무리 멋져도 쿨하게 싹 잊고 현재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여자들에게 '잔인하다'라고 하지만 잔인함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