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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밤의 판타지아-여행지에서의 멜로
    사쿠라여 2015. 7. 8. 01:15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인지 나는 영화를 볼 때 꼭 시놉시스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인물의 이름, 생김새, 줄거리 등을 머릿속으로 끼워맞추고 그림을 그리느라

    감독이 의도한 바들을 놓치곤 해서다.

    시놉시스를 통해 대강의 줄거리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를 예습해두어야 맘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지 못했다기보다 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름시골에서의 멜로라는 정도만 알고 스크린 앞에 앉았는데

    두 개의 이야기는 이야기 속 이야기 같기도, 

    각각이 다른 장르 같기도 해서 영화의 말미에 가서야 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영화의 제작과정을 담은 로드무비식의 이야기,

    두 번째 이야기는 여행객과 시골청년의 로맨스다.

    김새벽과 이와세 료는 1인 2역을 맡았고 이야기의 경계는 흑백에서 칼라로 바뀐다.

    연장선이라고도 별개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답사과정을 주로 보여주며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펼쳐진다.

    현지인과 마을 공무원인 유스케는 감독과 조연출을 생동감있게 마을을 가이드 해준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평범한 마을의 스치는 에피소드는 

    두번째 이야기인 여행객 혜정과 유스케의 이틀간의 만남에서 새로운 의미로 단장하여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공무원 유스케와 감 재배를 하는 유스케와의 연결고리








    감 재배를 하는 시골청년은 혼자 여행온 여행객에게 한 눈에 반한다.

    이틀간 안내를 자처하며 유스케는 혜정에게 일본의 한적한 시골마을의 여름을 아주 느리게 보여준다.

    영화는 정말 느리게 진행된다.

    무더운 날씨에 축축 늘어지는 인물들, 유난히 많은 롱테이크 씬, 그 속에서 전체적 윤곽만 던져주어 

    대사는 배우들의 애드립으로 몫으로 남아 더듬대기도 하고, 말허리를 자르기도 하며 이어지는 대화는

    오히려 눈빛, 분위기를 읽어내느라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든다.

    두 가지 이야기를 넘나들며 한 쪽의 일상이 다른 쪽에 도착해 특별한 의미를 갖고

    몽환적인, 판타지같은 무드를 조성한다.


     



    고즈넉한 곳에서 두사람은 낯선 사이답지않게 죽음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래살고 싶냐는 물음에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고

    뜨거운 에너지를 가진 젊은이들은 삶에서 한 발 물러난 자세로 꿈의 노예가 되지 말하고 한다.


    우린 돈벌이가 아닌 꿈에도 멱살잡힐 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는 장소가 필요한 지친 혜정에게 노인의 마을 '고조'는 최적의 장소같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분위기가 시골마을을 무대로 훌륭하게 어우러진다.







    특별한 기법없이 촬영된 영상은 무더운 시골도시에 나도 함께 있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오점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느리게,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영화는 마지막 키스신으로 산통이 깨졌다.

    팔뚝에 연락처를 적어주는 혜정을 전에 없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유스케의 절제가 

    과감한 키스로 선을 넘고 감정을 터뜨리고 만다.

    애절하게 혜정을 바라보는 유스케의 눈빛으로 끝났다면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공무원 유스케의 

    '러브 스토리는 없었어요' 라는 말과 더 가깝게 닿아 있을 수 있었을 것 같다.


    키스신에 대해 호평이 많던데

    오히려 나는 무언가를 적는데 열중하는 혜정을 바라보는 유스케의 눈빛까지가 너무도 좋았다.

    비긴 어게인의 미공개 컷으로 공개된 댄과 크레타의 키스신을 보는 기분이랄까.

    고요하며 선명한 열대야 속, 이별을 앞둔 남자인 이와세 료의 찰나의 눈빛연기는 잊을 수 없다.










    여운이 상당히 오래가는 영화이다.

    여운을 달래려면 고조로 달려가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니

    지역홍보를 위한 고조시의 노력은 성공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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