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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혈의 추억
    사쿠라여 2014. 8. 9. 13:50









    처음으로 헌혈을 한 것은 대학생 때였다.

    친한 형과 할 일 없이 배회하던 중 길가에 헌혈의 집이 있었는데 형이 시간도 남는데 피나 빼자고 했다.

    날카로운 주삿바늘과 선명하게 연상되는 붉은 이미지에 쫄았지만 안그런척 했다.

    쪽팔리니까..





    헌혈을 농담삼아 '피를 판다'고 표현한다.

    나는 건강에 자신이 있다.

    담배는 핀 적도 없고 술과 밀가루와 탄산과 튀김과 과자를 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혈은 건강한 자의 특권' 이라는 출처모를 캐치프레이즈에 낚여

    주기적으로 헌혈을 하고 있다.

    피를 판다고 말하는 것은 밥 잘먹고 잠 잘자면 솟구치는 피를 빼주면 과자, 음료수, 특정 상품권을 주기 때문이다.

    수익으로 따지자면 무한대의 수익률인 것이지.

    몇번 하다보니 이럴바엔 군것질거리말고 돈으로 받고 싶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악용의 위험, 빈곤층의 안전상 매혈은 금지되어 있고

    나의 서랍엔 카페베네 커피교환권만 쌓여있다.





    다음 사진은 사람에 따라 혐일수 있음.


















    으어어어어










    마땅한 사진이 없어 퍼온, 바늘 안으로 종이를 말아 쑤셔박은 사진인데

    헌혈용 주삿바늘은 이렇게 생겼다.

    그래서 노홍철처럼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가 있는 사람이면 헌혈은 엄두도 못낸다.

    생각보다 두꺼운데다 살을 잘 뚫기 위해 단면이 비스듬히 잘려있다.

    무시무시한 비주얼인만큼 바늘이 팔뚝을 쑤시는 장면을 보면 안된다.

    나는 똥배짱으로 이 쇠바늘이 살을 뚫고 들어가는 것을 한번 지켜보고 식겁한 이후로

    주사가 팔을 찌른다 싶으면 허공을 보며 재빠르게 다른 생각을 한다.

    하지만 소름돋을 정도로 아프진 않다.





    대한적십자사에 대해서는 말이 좀 많다.

    과자와 음료수만 쥐어주고 받은 피로 지들은 마진높은 사업을 한다는 것,

    아이티 성금을 명목으로 내세워 받은 돈을 다른 주머니 만든 것,

    적십자 회비의 문제 등...

    헌혈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주삿바늘이 무서워서만이 아니다.

    은연중에 도덕적인 감정을 부추겨서 취한 이득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성금횡령에 대한 해명을 해야하는 적십자에 대한 불신이 문제다.





    그럼에도 나는 서른 번의 헌혈기록을 채웠다.

    은장은 별 의미없고 USB, 공짜 커피교환권이 탐이났다.







    이날은 좀 많이 받아왔다

    30회의 헌혈 기록을 채우면

    포장증과 은장, 적십자가 준비한 상품을 준다





    왼쪽은 포장증, 오른쪽은 은장이다.

    아래는 커피교환권과 헌혈증서.

    나는 차도남이라서 상품권은 언제나 커피교환권이다.

    급하게 헌혈증서가 필요한 사람들이 가끔 생기는데

    그럴때마다 대여섯장님 챙겨주는게 헌혈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이다.

    그에 비하면 써먹을 데 없는 은장은 감흥없다.

    그리고 작은 박스는 16G USB.


    내용물을 펼치면








    하지만 숭고한 인류애를 발휘하진 않았고 공짜커피가 좋았








    빨갱이 때려잡고 받은 훈장도 아니기에 짜다리 자부심은 안들었다.





    자부심은 USB에서 왔다...

















    작은 부분은 스마트폰에 꽂아 쓰는 용도다.

    무려 16G다. 영화가 몇 편이 들어간담?

    이런 게 있었다니...

    길쭉한 USB 선도 이제 필요없고 피를 팔아 스마트해졌다. 후후후...





    오글거리지만 조금 고매한 척을 해볼까.

    헌혈이 건강에 좋다, 나쁘다, 관계없다, 말들이 많은데 

    몸의 변화도 딱히 없고 의학적인 것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행위의 결과를 통제하진 못해도 결과의 방향 정도는 온전히 내가 정할 수 있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결과가 엄청나게 좋을지, 미미하게 좋을지는 알 수 없어도

    좋은 행동을 하면 적어도 나쁜 결과로 귀결되진 않는다는 뜻이다.

    어쨌건 나의 건강한 생명력을 세상에 뿜어내는 행동이다.

    누워 피를 빨리는 동안 이것이 돌고 돌아 나에게 적당한 행운의 씨앗이 되지도 않을까 생각하면

    마치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된 듯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헌혈을 덜 아프게 하는 팁준다


    나는 술자리에서 여자한테 귀싸대기 한방에 턱이 제대로 돌아간 적이 있는데

    주삿바늘이 팔을 찌를 타이밍에 그 때를 회상한다

    '그때보다 아프지 않아'라고 생각하면 진짜 주삿바늘이 들어갈 때 덜 아프다

    그러니까 헌혈이 아파봤자 여자한테 맞는 것 보다 안 아프단 말이다

    하지만 꽐라된 그녀도 힘이 장사긴 했..








    닥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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